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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 신춘수·노현태 "팝시컬 개척, 뻔한건 하고싶지 않았다"


[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업계의 베테랑인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와 노현태 전(前) 큐브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이 손을 잡았다. 이들은 K팝과 뮤지컬을 결합한 '팝시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포화된 업계의 문을 두드리려 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주자인 티버드(T-Birds)와 핑크레이디(Pink Lady)는 오는 4월 개막하는 뮤지컬 '그리스'에 출연하는 배우들로 구성된 팝시컬 그룹이다. 가수나 배우로 한정된 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멀티엔터테이너 스타를 탄생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뉴스컬처가 신춘수, 노현태 프로듀서를 만나 팝시컬이 무엇인지, 왜 이같은 도전을 시작하게 됐는지 들어봤다.


'팝시컬'이라는 장르를 개척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뭔가

(신춘수) 오래 전부터 가요 쪽에 관심이 있었고, 당시에도 뮤지컬' 그리스'와 젊은 배우들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개발하기 시작하고 회사를 설립하면서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필요했다. 노현태 대표를 추천 받아 만났는데, 처음부터 이야기가 잘 통해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시작했다.

(노현태) 팝시컬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굉장히 생소했고, '내가 잘 하는 것만 해야되지 않을까'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뻔한 것은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시장이 과포화 상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부익부빈익빈이 점점 크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생각하게 됐다.



두 분이 손을 잡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계획을 구체화시키면서 의견 충돌 같은 것은 없었나

(신춘수) 소개를 받아서 만났는데 사람이 첫인상이 중요하지 않나. 솔직하고 담백해서 좋았다. 저의 생각을 가장 잘 체계화시켜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업적으로 부딪히기 보다는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대화를 나눴다.

(노현태) 교집합을 찾는 데에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대중의 입장에서는 그냥 노래, 가요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뮤지컬스러운 쪽으로 가려고 하는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K팝과 뮤지컬의 결합이라는 것이 상당히 새로우면서도 낯설다

(신춘수) 뮤지컬을 조금 더 대중화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K팝 뮤지컬을 팝시컬이라는 장르로 스스로 정의했고, 그 정의에 맞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 중이다. (노현태 대표와) 각자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접점을 찾고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발전시키고 있다. 전형적인 K팝과 뮤지컬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흥미를 느꼈다.

(노현태) '그리스'라는 작품이 신인의 등용문이기 때문에 원래는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서 참여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것이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우연히 '그리스' 오디션을 봤는데 참가한 젊은 친구들에게서 의외의 끼를 봤다. 다른 사람을 찾기보다는 뮤지컬 신인들을 데리고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뮤지컬 배우를 K팝스럽게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면서 팝시컬이 탄생했다.


노현태 음반사업부 대표. 사진=오디엔터테인먼트

노현태 음반사업부 대표. 사진=오디엔터테인먼트



'그리스' 주인공을 캐스팅할 때 그룹 활동까지 염두하고 구성했을텐데 어떤 부분에 중점에 뒀나

(노현태) 우리나라에 뮤지컬 과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관심을 가지고 보니 노력하고 있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더라. 가수 오디션은 비주얼에 대한 부분을 많이 볼 수 밖에 없다. 뮤지컬은 캐릭터와 끼에 대한 부분을 많이 봤다. 조화를 이루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본 거다.

(신춘수) 의견이 일치가 됐다. '그리스' 오디션에서 우선 뽑고, 그 중 팝시컬 그룹에 어울리는 멤버들을 뽑았다. 의견이 상충된 부분은 별로 없었다.



보통 아이돌 그룹 같은 경우 연습생 기간이 있다. 이 팀은 곧바로 데뷔하는 건가?

(노현태) 그룹의 정의를 내리고 캐릭터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뽑은 것이기 때문에 연습생 과정은 필요 없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친구들이다.

(신춘수) 지금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전 가능성이 중요하다.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갈 수 있다.



기존에 아이돌로 데뷔를 했던 멤버도 있고, 소속사가 있는 멤버도 있다. 1년 6개월 한정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데 존속 방식이 궁금하다

(노현태) 배우들 역시 시스템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프리젠테이션을 한 적도 있다. 소속사가 있는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기존의 아이돌 프로젝트 그룹 같은 것이 아니다. 배우들도 이 그룹을 하는 것에 매력을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에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신춘수) K팝 시스템은 정확하게 정해져서 모든 것이 설계돼 있지만 이 친구들은 이미 이들의 개성을 생각해서 만든 프로젝트다. 팝시컬 첫 그룹이니까 이 친구들이 관심을 많이 받는다면 활동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 앞으로 팝시컬 그룹이 더 만들어지면 시스템이 잘 구축되지 않을까. 이번 도전은 과정을 정리하고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갈지 고민하는 시작 단계다. 소속사가 있는 친구들도 1년 6개월 간은 오디엔터테인먼트에서 관리한다.



2월에는 데뷔 음반을 내고, 4월에는 '그리스' 공연을 한다. 활동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노현태) 음악 방송에도 참여할 생각이지만 노래를 많이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에 중점을 둘 거다. 뮤지컬의 대중화를 추구하니까 버스킹처럼 오프라인 쪽으로 많이 나갈 것 같다. 공간에 상관없이 존재를 알리는 쪽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



데뷔 음반에 실릴 팝시컬 장르의 음악이 궁금하다

(노현태) 작곡가들을 많이 만나면서 팝시컬에 대해 흥미 있어 하는 작곡가를 선택했다. 단순하게 곡을 부탁하는 것이 아닌 정확한 콘셉트를 디테일하게 요구했다. 안무나 콘셉트가 정확하게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 기대가 된다. 프로듀서들은 기존 K팝 작곡가들이다. 그 분들이 K팝과 뮤지컬 양쪽의 균형을 맞춰 노래를 만들어주고 있다.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K팝으로 쏠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뮤지컬적인 요소가 들어간 부분이 보일 거다.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 '너무 K팝으로 쏠리지 않을까'였다. 가요처럼 인식되지 않을까 고민이 있었다.



뮤지컬 창법으로 노래를 하는 건가

(노현태) 뮤지컬 창법은 아니다. 그래서 배우들이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느라 고생하고 있다. K팝의 박자감을 못 맞추는 부분이 있어서 합을 맞추는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한 배우는 성대결절이 올 정도로 힘들게 연습했다. K팝스럽게 트레이닝을 시켜보니 다들 지쳐 쓰러지더라.

(신춘수) 뮤지컬은 원하는 음역대가 정확해서 그 파트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을 뽑지 않나. K팝의 다양한 음역대를 안 해봤던 친구들이라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기존 K팝 아이돌은 칼군무를 기본으로 한다. 팝시컬 그룹의 무대는 어떠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신춘수) 뮤지컬 요소는 보통 음악과 연출에서 느낄 수 있지 않나. 처음이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전형적으로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무대에 그대로 올리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뮤지컬스럽다'라는 느낌을 연출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노현태) 어느 정도의 군무는 있고 개인 파트에서는 개개인의 연기를 하는 부분이 있을 거다. 안무팀도 기존 K팝 안무팀이다. 작곡가도 그렇고 안무가도 그렇고 기존의 작업과 전혀 다른 것을 하고 있다 보니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한 번에 오케이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몇 번의 편곡과 수정을 계속 거치고 있다.



극장에 공연을 올리는 것이다 보니 신인 캐스팅의 실질적인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신춘수) 신인 캐스팅은 늘 부담스럽다. 관객 입장에서는 시간과 돈을 들였기 때문에 신인 캐스팅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리스'는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이고, 거기에 맞는 캐스팅을 했다. 팝시컬 그룹 활동으로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신인 캐스팅에 대한 부담감은 그렇게 보완하려 한다.



첫 주자인 티버드와 핑크레이디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뤄냈으면 하나

(노현태) 물론 처음에는 욕을 많이 먹겠지만 그런 부분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만 결국 이 콘셉트는 그대로 밀고 나가고 싶다.

(신춘수) 당연히 한 번에 성공하는 게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공연을 시작하면서 더 올라갈 수 있는 확률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본 사람에게 빠르게 인지를 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공연을 어느 정도 하고 나면 훨씬 더 많은 인지도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신춘수 프로듀서. 사진=오디컴퍼니

신춘수 프로듀서. 사진=오디컴퍼니



업계가 보수적이다보니 안 좋은 시각도 있을 것 같다

(신춘수) 저 같은 경우는 뮤지컬 프로듀서로 자리 잡고 있고, 주목도도 높은 편이다. 일단 뮤지컬 팬들과 관계자들은 '하던 거나 잘하지'라는 반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즉흥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다.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부분이다. 팝시컬이라는 장르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힘든 작업이었다. 이 작업이 한 번에 인정 받고 흥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장르적인 부분에 대한 제 생각은 인정 받고 싶다. 전문가들과 음악적인 장르에 대해 이야기했고, 우리 색깔을 넣어 균형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작한 거다. 험난한 과정을 넘어가면 인정 받을 날이 올 거다. 길게 보고 가야 될 것 같다.



뮤지컬팬들이 꽤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신춘수) 보수적인 뮤지컬 팬들은 처음부터 환영하지는 않을 거다. 오히려 더 선입견을 가지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무대를 사랑하는 팬들은 K팝을 조금 다른 각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팝시컬 그룹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중요하다. 음악적인 부분도 어필하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팝시컬 그룹이 지속성이 있을지 궁금하다. 새로운 작품을 올릴 때마다 새로운 그룹이 탄생하게 되나

(신춘수) 그룹이 됐든 솔로가 됐든 팝시컬 장르로는 아마 이 이후에도 그룹이 더 나올 것 같다. 스스로 더 발전시켜서 장르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찾을 것 같다.



뮤지컬계에서 인정 받고 있는데 오디엔터테인먼트로서 종합 엔터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뭔가

(신춘수) 오디컴퍼니는 뮤지컬 전문 회사이지 않나. 그래서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서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걸 실행에 옮긴 게 지난해였다. 콘텐츠, 다양한 장르에 대한 목표가 있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팝시컬 그룹 뿐만 아니라 다른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인가

(신춘수) 영화와 음반 부문을 다 할 예정이다. 영화감독이 꿈이어서 뮤지컬 영화를 잘 만들어 보고 싶다, 영화는 뮤지컬 영화로서 인정 받는 것이 목표이고, 음반은 팝시컬로 장르적인 부분을 일궈놓으면 나중에 아이돌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그중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뮤지컬 영화가 아닐까 싶다. 우리만큼 뮤지컬을 잘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없으니까.


권수빈 기자 ppbn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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